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세상에서 가장 가기 어려운 여행지들

by 마루누나쓰 2025. 5. 2.

    [ 목차 ]

“단순히 멀기만 한 곳이 아니라, 정말 닿기 어려운 장소로의 여행.”
여행이란 늘 새로운 것을 보는 경험이자,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모험입니다. 하지만 어떤 곳은 그저 비행기 몇 번 갈아타는 것으로는 닿을 수 없습니다. 선박을 타고 수일간 거친 파도를 넘고, 허가서를 받고, 운이 따라야만 겨우 닿을 수 있는 장소들. 그런 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접근이 어려운 3곳’을 소개합니다. 이들은 거리뿐 아니라 정치적, 기후적, 지리적 장벽까지 모두 극복해야만 갈 수 있는 장소들입니다. 일생에 한 번, 그저 상상만으로도 경이로운 여정을 떠나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가기 어려운 여행지들
세상에서 가장 가기 어려운 여행지들

1. 트리스탄 다 쿠냐: 인간이 거주하는 가장 외딴 섬

트리스탄 다 쿠냐(Tristan da Cunha)는 지구에서 가장 외딴 사람이 사는 섬으로, 남대서양 한가운데 떠 있는 영국의 해외 영토입니다. 위치만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남서쪽으로 약 2,400km, 남미 대륙에서도 수천 km 떨어져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섬조차 300km 이상 떨어져 있어, 주변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섬에는 약 250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정식 명칭은 '에딘버러 오브 더 세븐 시즈(Edinburgh of the Seven Seas)'입니다. 거의 모든 주민이 7~8개의 가족 성씨를 공유하며, 사실상 한 대가족처럼 생활합니다. 학교, 병원, 교회, 식료품점이 있지만 규모는 매우 작고, 의료 인력도 한 명의 간호사와 간헐적인 외부 의사 방문에 의존합니다.

🛳️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문제는 이곳에 가는 방법입니다. 비행기는 당연히 없고, 유일한 방법은 케이프타운에서 배를 타고 6~10일간 항해하는 것입니다. 6~9회 정도 배가 들어오며, 이마저도 날씨나 해류로 인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흔합니다. 특히 겨울철엔 섬에 가까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행자는 사전에 트리스탄 다 쿠냐 섬 행정당국에 허가서를 신청해야 하며, 응답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느리고 제한적이며, 신호가 자주 끊깁니다. 여행자는 보통 섬 주민의 집에서 머무르며 숙식을 해결하게 됩니다.

이곳에 도달하는 순간, 당신은 그 어떤 관광객보다 세상과 가장 멀리 떨어진 땅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소음도, 광고도, 차도 없는 곳. 문명이 잠시 멈춘 것 같은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입니다.

 

2. 부베섬: 지구에서 가장 고립된 무인도

부베섬(Bouvet Island)은 남극권에 가까운 남대서양 해역에 있는 노르웨이령 화산섬입니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무인도 중 지구에서 가장 고립된 섬으로, 최근까지도 지도에서조차 정확한 위치가 수차례 수정되었을 만큼 미지의 장소입니다. 실제로 18세기부터 탐험가들이 여러 차례 잘못된 위치에 ‘발견’을 표기해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 섬은 면적이 약 49㎢, 해발 최고 지점은 780m에 이르지만 93%가 빙하로 뒤덮여 있으며, 기후는 연중 대부분이 영하권입니다. 심지어 육지라기보다는 커다란 빙산에 가깝다는 표현도 종종 쓰입니다. 화산 활동은 수세기 전부터 멈췄지만, 여전히 생명체가 살기엔 매우 가혹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 실제 상륙이 가능한가?
이 섬은 공식적으로 노르웨이 국립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일반인은 물론 과학자조차 노르웨이 환경청의 엄격한 허가 없이는 접근 불가입니다. 상륙 자체도 어려운데, 해안선은 대부분이 깎아지른 절벽이고, 나머지 공간은 바람과 파도, 암초로 가득해 선박이 정박할 공간조차 부족합니다.

헬리콥터를 통해 배 위에서 띄워 잠깐 머무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기상 조건이 극히 제한적일 때만 가능합니다. 실제로 미국, 독일, 노르웨이 탐사선들이 상륙을 시도했다 실패한 사례가 빈번합니다.

섬에는 조류, 펭귄, 바다표범, 극지 식물 등 일부 생물만 서식하고 있으며, 인간의 흔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곳은 인간이 완전히 손을 대지 못한 ‘마지막 자연’ 중 하나로 여겨지며, 과학적 가치와 보존 가치가 매우 큽니다.

 

3. 모투아누이: 이스터섬 너머의 신성한 바위섬

모투아누이(Motu Nui)는 이스터 섬(Rapa Nui) 근해의 작은 바위섬으로,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문화적, 지리적 장벽으로 인해 쉽게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이스터 섬에서 보트로 2km 떨어진 바다 위에 떠 있지만, 주변은 조류가 빠르고 암초가 많아 매우 위험한 해역입니다.

이 작은 섬은 고대 이스터 섬 원주민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적 의식 장소였습니다. 바로 버드맨(맨우 타누) 의식의 현장이죠. 이 의식은 계절마다 이루어졌으며, 전사들은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제비갈매기(sooty tern)의 알을 찾아 모투아누이까지 수영해 갔다가, 그것을 무사히 이스터 섬으로 가져오면 그 해의 최고 권력자로 등극하는 구조였습니다.

🏝️ 지금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현재 이곳은 라파누이 국립공원(Rapa Nui National Park)의 일부로 보호받고 있는 생태구역입니다. 칠레 정부는 관광객의 상륙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일부 과학자만 제한적으로 탐사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특정 계절, 조류 번식기가 끝난 후로 한정됩니다.

지형은 날카로운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상륙이 위험하며 발을 디딜 수 있는 평평한 공간도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바닷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초가 즐비해 배가 접근하다가 파손되는 사고도 종종 보고됩니다.

모투아누이는 고대와 현대, 문명과 자연 사이에 놓인 경계의 상징입니다. 문명은 그 섬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함부로 침범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이 섬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역이자, 자연이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 마치며: 진정한 ‘도전적 여행지’를 찾는다면
우리는 대부분 여행지를 고를 때 ‘가성비’, ‘접근성’, ‘관광 인프라’를 우선 고려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왜 이곳은 사람들이 가지 않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여행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트리스탄 다 쿠냐, 부베섬, 모투아누이처럼 지구의 극단에 존재하는 장소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여행자에게 존재의 경계와 문명의 본질을 되묻는 공간입니다. 이곳들은 분명 쉽게 갈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특별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