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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마을들 - 세계의 수상 마을 여행기

by 마루누나쓰 2025. 5. 4.

    [ 목차 ]

“지면이 아닌 수면 위에 집을 짓고, 시장을 열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대부분의 도시는 땅 위에 세워집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물이 곧 길이고, 집이고, 일터인 마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수상 가옥이 아니라, 수세기 동안 물 위에서 공동체를 이뤄 살아온 ‘수상 마을’입니다.
기후 변화, 도시화, 관광 개발 등 여러 위협 속에서도 이 마을들은 고유한 문화와 생존 방식을 유지하며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방문 가능한, 전통을 간직한 대표적인 수상 마을 세 곳을 소개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물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지혜와 적응력, 그리고 공동체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다큐멘터리 같은 장소입니다.

물 위의 마을들 - 세계의 수상 마을 여행기
물 위의 마을들 - 세계의 수상 마을 여행기

1.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의 컴퐁플럭 마을’ – 물이 오르면 도시도 뜬다

톤레삽 호수(Tonlé Sap)는 캄보디아 중부에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민물 호수입니다. 이 호수 주변에는 수십 개의 수상 마을이 흩어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컴퐁플럭(Kompong Phluk)입니다.

이곳의 마을은 1년에 두 번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다가 떠오르는 환경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수상 공동체입니다. 건물들은 땅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10미터 이상 높이의 말뚝 위에 지어져 있어, 우기에는 물 위로 마을 전체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건기에는 공중에 붕 떠 있는 나무 숲처럼 보입니다.

 

삶의 방식
컴퐁플럭의 주민들은 주로 어업, 수상 채소 농업, 생선 양식, 수상 목축 등을 하며 살아갑니다. 모든 이동은 보트로만 가능하며, 시장, 학교, 사원, 심지어 경찰서도 수면 위에 존재합니다. 아이들은 작은 배를 타고 등하교하며, 상점은 배 위에서 오가며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관광객들은 보트를 타고 마을 내부로 들어가 수상 생활을 체험할 수 있으며, 일부 가정에서는 간단한 식사나 민박을 제공합니다. 우기의 수상 마을은 마치 숲과 도시가 물 위에서 섞인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톤레삽 호수의 수위는 메콩강의 흐름에 따라 정반대로 흐르기도 하는 기이한 생태 현상이 존재하며, 마을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 세대를 이어 살아오며 완벽히 적응한 생존의 달인들입니다.

2. 베냉 ‘간비에 수상 마을’ – 아프리카의 베네치아

서아프리카 베냉(Benin) 남부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수상 마을 중 하나인 ‘간비에(Ganvié)’가 있습니다. 이 마을은 누오쿠에 호수(Lake Nokoué) 위에 약 3,000여 채의 수상 가옥과 2만 명 이상의 주민이 살아가는 거대한 수상 도시입니다.

간비에는 단순히 수상 주거지가 아니라, 자체 시장, 학교, 병원, 종교 시설, 어시장, 노점까지 모두 수상에서 이루어지는 자급자족형 사회로서, ‘서아프리카의 베네치아’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와 문화
이 마을의 기원은 17세기 초 다호메이 왕국 시절, 노예 무역을 피해 물 위로 도피한 토폰족(토핀후누족)의 피난 공동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육지에서의 노예 사냥을 피해, 침입이 어려운 수상지대에 정착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입니다.

주민들은 지금도 보트를 주요 교통 수단으로 사용하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노 젓는 법을 배우고, 수상 시장에서는 생선, 과일, 의복, 심지어 SIM 카드까지도 배 위에서 거래됩니다. 마을 중앙에는 수상 모스크와 교회도 존재하며,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합니다.

관광객들은 가이드 동행 하에 보트 투어로 마을을 둘러보고, 일부 수공예 상점에서는 현지인 손으로 만든 공예품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간비에는 수상 마을이지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적 생존 공동체로서의 깊은 의미를 지닌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3. 미얀마 인레호의 ‘인따족 수상 마을’ – 호수 위에서 농사짓는 민족

미얀마 샨 주의 인레호(Inle Lake)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수상 풍경 중 하나로, 그 중심에는 인따족(Intha)이라는 소수 민족의 수상 마을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수세기 전부터 ‘물 위에 떠 있는 생활’을 가장 정교하게 구현한 민족으로, 지금까지도 인레호 주변에 17개 이상의 수상 마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 위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가장 큰 특징은 물 위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수상 농업(Floating Garden)’입니다. 인따족은 수초, 흙, 퇴비를 얇게 깔아 만든 인공 섬을 닻처럼 고정시킨 뒤 그 위에 토마토, 오이, 꽃 등을 재배합니다. 보트 위에서 물을 주고 수확을 하며, 마치 거대한 ‘호수 텃밭’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은 이곳만의 진풍경입니다.

또한 인따족은 한 다리로 노를 젓는 독특한 ‘일레그 노질’ 기술로도 유명합니다. 보트의 균형을 잡으며 두 손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이 기술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사진 촬영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수상 사원, 목조 학교, 실크 직조 마을, 수상 시장이 운영되며, 매년 열리는 인레호 보트 축제(Phaung Daw Oo Festival)는 지역 전체가 흥겨운 수상 퍼레이드로 가득 찹니다. 관광객들은 수상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하거나, 수공예 마을에서 하루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이 ‘물 위에 사는 삶’이라는 이국적 감각을 제공합니다.

 

🌊 마치며: 물 위에, 삶이 뜬다
수상 마을은 단순히 ‘특이한 장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온 생존의 방식이자, 공동체적 삶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이곳에서는 흐르는 물 위에서도 문화는 고정되고, 세대는 계승되며, 삶은 고요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집니다.

톤레삽의 컴퐁플럭, 베냉의 간비에, 미얀마의 인레호. 세 마을 모두 지도에서 찾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그 속의 삶은 직접 발을 들여야만 진짜 이야기가 들리는 공간입니다. 다음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물이 도로가 되고 마당이 되는 마을들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곳에서는 땅이 없어도 삶은 충분히 아름답게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