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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도, 누군가는 터를 잡고 하루를 이어간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 즉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자원, 안전한 지형에 문명이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구의 극지, 고산, 혹은 초고온·초저온 지역에서도 오랜 시간 삶을 이어온 마을들이 존재합니다.
이 마을들은 단지 ‘극한 조건을 버티는 곳’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고유한 문화, 생존 기술, 공동체의 연대를 만들어낸 독립적 생태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극한 기후 조건을 가진 지역 중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3개의 마을을 소개합니다.
이 마을들은 한계의 땅 위에서 삶의 가능성을 증명해낸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1. 러시아 오이먀콘 – 세계에서 가장 추운 거주 마을
러시아 시베리아 야쿠티아 공화국(사하공화국)에 위치한 오이먀콘(Oymyakon)은 공식 기온 측정상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거주지입니다.
1924년, 이 마을의 기온은 –71.2°C를 기록했으며, 겨울철 평균 기온은 –45°C 이하로 유지됩니다.
오이먀콘은 ‘물이 얼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년의 절반 이상이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 여름철조차 몇 주간만 영상으로 올라가는 곳입니다.
얼음 위의 생활
주민들은 주로 순록 목축, 수렵,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생활용수는 대부분 지하 얼음을 녹이거나, 강물 얼음을 채취해 사용합니다.
물탱크와 배관이 얼기 때문에 상수도와 하수도 시스템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으며, 화장실도 전통적인 외부 간이 화장실을 사용합니다.
차량은 시동을 끄면 얼기 때문에 하루 종일 엔진을 켜 두는 디젤 차량, 전자제품의 작동 오류, 눈썹이 얼어붙는 외출까지 모든 생활이 혹한과의 전쟁입니다.
그러나 이곳엔 학교도 있고, 작은 병원, 상점, 통신망도 존재합니다.
학생들은 –50°C에도 등교하며, 야쿠트족 특유의 혹한 적응식 주거 구조와 복식 문화가 전승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추운 마을이 아니라, ‘인간은 어디까지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명확히 답해주는 장소입니다.
2. 이란 다쉬트 루트 마을 – 세계에서 가장 더운 땅에서의 생존
이란 남동부에 있는 다쉬트 루트(Dasht-e Lut) 사막은 위성 관측 기준으로 지구 표면에서 가장 높은 온도가 측정된 지역입니다.
2005년 NASA 위성 측정에서 표면 온도 70.7°C가 기록되었고, 실제 기온도 50°C를 넘는 날이 다반사입니다.
그 한복판에 위치한 칼루트(Kalut) 인근 마을들은 수세기 전부터 이어진 전통 사막 마을의 구조와 기술을 통해 이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모래 위의 삶
이 지역의 전통 가옥은 대부분 흙과 진흙을 이용한 아치형 지붕 구조로, 자연 바람과 온도차를 활용한 냉각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카나트(Qanat)라는 지하 수로 시스템을 통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산악지대의 물을 마을로 끌어와 지하 저장고에서 식수와 생활용수로 활용합니다.
주민들은 낮 시간에는 대부분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야간 농업과 이동을 중심으로 삶을 재배열해왔습니다.
낙타 목축, 대추야자 재배, 염색 직물 공예 등이 주요 산업이며, 최근엔 사막 생태 관광지로 각광받으며 생태 마을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극한의 고온 속에서도, 이 마을은 기술이 아닌 전통 지혜로 생존을 이어가는 인류의 오랜 실험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볼리비아 엘 알토 – 고산 도시에서의 일상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 바로 위에 위치한 엘 알토(El Alto)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대도시급 거주지 중 하나입니다.
해발 4,150m, 일부 지역은 4,300m 이상까지 올라가며, 산소 농도는 해수면의 60% 수준에 불과합니다.
엘 알토는 원래 라파스 시민들의 주거 외곽지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고산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고산병과 저산소 상태가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교육, 경제, 예술까지 자생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희박한 공기 속의 도시
이곳의 주민 상당수는 아이마라족, 케추아족 등 고산 원주민 후예들로, 유전적으로도 고산 적응 능력(헤모글로빈 밀도, 폐활량 등)이 높습니다.
일상적으로는 빠른 걸음이 어렵고, 운동량이 제한되며, 임신·출산·어린이 건강에 대한 고산 환경 대응 노하우가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엘 알토는 볼리비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로 성장 중이며, 특히 원주민 공동체 중심의 상호부조 시스템과, ‘초콜라’(Chola) 여성들의 자립 경제 활동으로 빈곤을 극복하고 자생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단순히 고산 환경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 속에서 새로운 문화와 정치적 정체성을 구축해나가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마치며: 끝을 삶의 시작으로 만드는 사람들
오이먀콘, 다쉬트 루트, 엘 알토—이 세 마을은 각기 추위, 더위, 공기 부족이라는 극한 조건 아래 놓여 있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적응하고, 공동체를 만들며 삶을 이어왔습니다.
이곳들은 단순한 ‘이색 여행지’가 아니라, 인간이 어디까지 견디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이며,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존력과 환경 적응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언젠가 지구의 끝에서 마주한 삶의 진짜 얼굴을 만나보고 싶지 않으신가요?